주미대사 “종전선언에 미국도 공감··· 북한 설득 중”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미대사관 화상 국정감사

“비핵화 프로세스 문 여는 정치적 합의 하자는 것”

“美 공감대 갖고 있어 북 동의 유도하는 노력해야”

“종전선언, 정전협정 대체 아닌 정치적 선언 의미”

“법률적 효과 없고, 유엔사 해체되는 것도 아냐”

이수혁 주미대사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강조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비핵화 첫 관문”이라며 미국 정부가 공감하고,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주미대사관 국정감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외 공관과 화상연결 국감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사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에 대한 화상 국정감사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비핵화 진전 조치 없는 정치적 선언 성격의 종전선언에 대해서 미 정부가 공감하고 있냐”는 질문에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사는 “미 고위 관리를 접촉한 결과, 북한만 동의한다면 미국은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했다”며 “요체는 종전선언이 비핵화로 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문을 여는 정치적 합의를 남북과 미국, 중국이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적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엔사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며 “정치적으로 (종전을) 선언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하고, 평화협정을 해서 항구적 평화를 이루자는 의미에서 정치적 선언이다. 평화 프로세스로, 비핵화로 가는 길이라면 어떻게 주저하겠냐는 것을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사는 “종전선언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북한을 설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과 남북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미국은 이미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설득하는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입장을 중요하게 유도하는 노력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인사들 주장처럼 미국은 반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며 “도깨비 방망이 같이 종전선언을 하면 금방 핵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다. 평화 프로세스, 비핵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해보자고 해서 미국은 공감하고 있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북한이 종전선언을 주저하는 이유에 대해선 “북한은 비핵화부터 시작해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를 주저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일 수도 있고, 국제 정치 상황, 미국의 선거 정국도 보고 있고 여러가지를 테이블에 놓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사는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선언 추진 우려에 대해서는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 첫 관문”이라며 “평화협정이나 정전협정을 폐기하는 것과 성격이 다른 정치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선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북미가 이를 갖고 비핵화를 대체하는 아젠다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해선 “종전선언도 법률적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다면 관련국들이 정치적으로 선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하원에 제출된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이 내년 1월에 종료되는 이번 회기에 채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고 예상했다.

이 대사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top-down) 방식의 외교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 대사는 바이든 당선 시 대북 정책에 대해 “오바마 정부의 북핵 문제를 다룬 사람들이 ‘전략적 인내’의 공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서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과는 궤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방위비 협상 영향에 대해선 “아직 바이든 캠프에서 한국과의 방위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일본에 대해 어떤 큰 틀을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지 않다”며 “다만 동맹국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에는 이미 방위비 분담금이 전보다는 증액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사는 또 “지금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외교정책에 신경 쓸 틈이 없다. 전부 국내 정치에 몰입돼 있다”며 “중국 관계에 몰입돼 있어서 한반도 문제는 섭섭한 얘기지만 세컨더리 이슈로 취급된다고 보고 있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진행될 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끝난 뒤 인수위원회가 조성된 후에 본격적으로 얘기를 듣겠다. 바이든 캠프는 지난 6월부터 외국인 접촉을 일체 금지했고, 외교 문제에 대해서 깊게 동의하는 여력들이 지금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가 거의 중단되고, 선거 후에 현안을 보자는 것이 미국 공화당 현 행정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대사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대해선 “신형 무기를 시연해서 걱정이 된다”며 “하지만 북한의 무력 증강은 숨길 수 없다. 이런 무기는 힘을 과시하기 위한 데몬스트레이션(시위)으로 이해하고, 그 무기가 사용되지 않고 언젠가 폐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사과에 이어 열병식 연설에서 대남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과 관련, “최근 일련의 조치들은 남한에 대해 적대적인 레토릭수사) 대신에 새로운 돌파구를 보이는 문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미대사로서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뭔가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구나 생각했다”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모든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사건이었지만 남북간 돌파구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미중 갈등 속 미국이 반중 동맹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 정부에 대한 고뇌에 대해 눈을 감고 무조건 미국의 요구를 따르라고 한 적이 없다”며 “우리의 주권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한국이 주권국으로서 국익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존중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사는 일본 정부가 세계 각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선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철거 시도가 계속해서 벌어진다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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