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나토 해체·유럽군 창설해야…김정은, 트럼프 틈 활용”

역사학자 쇨겐과 ‘마지막 기회’ 공동집필…”EU 대대적 개혁 필요”
“미 핵폭탄 유럽 140기·독일 20기 배치…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해”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해체하고 유럽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인근 지역 분쟁에 자체적으로 개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놓고는 냉정하고 계산적인 독재자라면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파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틈을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왼쪽)와 역사학자 그레고어 쇨겐[출판사 DVA 웹사이트 갈무리=연합뉴스]

    슈뢰더 전 총리는 역사학자 그레고어 쇨겐과 최근 공동 발간한 ‘마지막 기회(Letzte Chance)-왜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계질서가 필요한가(Warum wir jetzt eine neue Weltordnung brauchen)’라는 저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은 쇨겐이 2015년 슈뢰더 전 총리의 전기를 쓰면서 돈독해졌다. 이후 수년간 지속적인 대화를 거쳐 역사학자의 분석적인 시각을 정치가의 구체적인 접근과 연결한 이 책을 내놨다.’


[출판사 DVA 웹사이트 갈무리=연합뉴스]

    저자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처럼 각종 위기와 전쟁, 분쟁이 빈발했던 적은 없다며 세계가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와중에 서구는 1991년 이후 30년째 생명을 다한 나토와 유럽연합(EU)이라는 냉전시대 유물에 갇혀있고, 특히 유럽의 행동반경은 냉전 후 어떤 면에서 보든지 쪼그라들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저자들은 “서구의 시대는 있었다. 그 시대는 좋았고 정치적으로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1949년 창설된 나토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동맹이었지만, 1991년 구소련 해체로 숙제 이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나토는 그런데도 30년째 계속 존속하면서 러시아 국경까지 회원국을 늘렸다. 이에 냉전이 끝나면서 정당성을 상실했는데도 유럽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저자들은 진단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오른쪽)와 역사학자 그레고어 쇨겐[출판사 DVA 웹사이트 갈무리=연합뉴스]

    미국은 핵폭탄을 유럽에 140기, 이중 독일에 20기를 배치해 나토를 결합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하다는 게 저자들의 지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언급했듯 나토는 정치적으로 뇌사상태이기 때문에 해체하고, 유럽은 자체 힘과 자원으로 포괄적인 통합군을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역시 냉전의 유물인 EU는 경제 권력을 보유한 독일과 핵을 보유한 프랑스의 주도하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들의 지적이다.

    현재의 만장일치 제도 대신 다수결 제도를 도입하고, 공통의 법규나 빚 등 합의된 사항을 지키지 않는 회원국에는 효과적인 제재나 제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또 화폐통합을 넘어서 재정통합을 이루고, 실행 가능한 이주·난민 보호 정책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자원, 에너지 환경전략을 정하고 초국가적인 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통합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반세기 넘게 알고, 소중히 여긴 서구는 이제 더는 없다. 30년 넘게 지났는데도 조처를 하지 않으면 이제는 반작용밖에 나올 게 없다”면서 “아직 우리는 다시 행동을 재개할 기회가 있다. 우리는 그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 추도식에 참석한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
[EPA=연합뉴스]

    한편, 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으로, 자신만이 북한을 핵 문제와 관련해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과 뚜렷한 자기과시 욕구가 함께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더 고도로 전략적인, 즉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로켓 발사시험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풀이했다.

    이는 뒤집어 보면, 미국이 단거리 내지 중거리 로켓 발사시험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이런 틈을 활용했고, 이는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현저한 혼란을 불러왔다고 저자들은 설명했다.

    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가식과 상징에 대한 감각은 확실히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마지막 남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했을 뿐만 아니라 한순간 상징적으로 휴전선을 넘기까지 했다는 지적이다.’


군사분계선 함께 넘는 북미 정상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에서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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