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치킨게임’ 이대로 가면 美증시 中기업 무더기 상폐

미 “회계자료 직접 내라” vs 중 “당국 간 협조 거쳐라”
집행기구 세칙 마련으로 미국 외국회사문책법 본격 시행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속에서 이르면 2024년부터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무더기로 상장 폐지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작년 12월 자국 회계감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게 한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도입했는데 이 법 집행을 위한 세부 규정 마련이 끝나면서 관련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4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미국의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13일(현지시간) 외국회사문책법 시행에 관련한 세부 규정을 마련해 공개했다.

    회계감독의 유효성 판단 기준을 담은 세부 규정은 회계 감독 문건 및 관련 정보 확보, 조사 대상자 면담 등이 가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PCAOB는 “이번 요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 위원회가 외국 당국과 협력할 때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상·하원 모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될 정도로 초당적 지지를 받은 외국회사문책법은 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 못 한 외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은 모든 국가 기업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 중국 기업에 겨냥한 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여러 나라가 이미 PCAOB의 회계감사 접근권을 폭넓게 보장하는데 중국은 ‘국가 주권’을 앞세워 미국 증시에 상장한 자국 기업들이 PCAOB의 회계 감사에 직접 응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PCAOB는 오랫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재무제표 등 회계 기초 자료를 직접 들여다보지 못했고 중국 기업들을 직접 방문해 조사할 수도 없었다.

    미국 측의 요구는 중국 기업이 자국 증시에 찾아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면 미국 기준에 맞는 투명성을 입증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면 중국은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을 조사하려면 반드시 당국 간 협조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2019년 증권법을 개정, 정부 승인 없이는 자국 회사가 자의적으로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외국회사문책법 적용을 받게 된 중국 회사들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미국의 요구를 따르자니 사업 기반이 있는 자국 정부로부터 처벌을 받게 되고, 중국의 요구를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미중 양국 감독 당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해낸다면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신냉전이 격화 속에서 그럴 가능성은 날로 작아지고 있다고 본다.

    카틱 라만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차이신에 “일찍이 2008년께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해도 미중 관계가 지금과 달랐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장기적으로 잘 해결될 수 있다고 여겼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 환경이 크게 변했다”며 “바이든 정부도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와 같은 미중 치킨게임이 이어질 때 2024년부터 미국 증시 퇴출 요건에 해당하는 중국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

    차이신은 “(PCAOB가 공개한) 새 규정은 2020년 12월 31일 이후의 회계연도를 대상으로 한다”며 “이에 따라 3년 연속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주식 거래가 금지되는 기업이 이르면 2024년부터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CAOB에 따르면 작년 3월 말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회사는 홍콩 회사 56곳까지 포함해 모두 234개다. 이들 회사의 시가총액은 총 2조3천억 달러(약 2천6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 핀둬둬, 넷이즈, 씨트립 등 유명 중국 기술기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해외 주식 거래를 통해 적지 않은 한국 투자자들도 이들 기업 주식에 직접 투자를 한다. 또 중국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을 통한 투자 규모 역시 상당하다.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해 많은 중국 기업이 홍콩으로 서서히 ‘피난’하는 모습을 보인다.

    알리바바, 징둥, 바이두 등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여러 대형 중국 기술기업이 이미 홍콩에서 2차 상장을 했고, 콰이서우(快手) 등 첫 기업공개에 나서는 업체들도 미국 증시 대신 홍콩 증시를 자본시장 데뷔 장소로 속속 선택하면서 미중 자본시장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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